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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4) 까고 다닐 권리를 보장하라!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4) 까고 다닐 권리를 보장하라!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까고 다닐 권리를 보장하라!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습니다. 역사적 공간인 대한민국 임시 정부 청사, 랜드마크인 동방명주, 중국을 대표하는 정원인 예원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죠.

그래도 제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방예’입니다.

방예는 남자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돌아다니는 풍습을 가리킵니다. 완전히 벗지 않고 배만 까고 돌아다니기도 하죠.

서양에서는 이 모습이 비키니와 비슷하다고 해서 ‘베이징 비키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베이징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볼 수 있기는 하지만요.

 

 

안타깝게도 저는 상하이에서 방예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 문화가 사라져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하이는 제주도보다도 훨씬 더 남쪽에 있지만, 그래도 10월은 날이 선선했거든요. 벗기에는 추운 날씨였습니다.

방예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요. 도시미관을 해치는 비문명적 행위라는 거죠.

올림픽이나 엑스포 같은 국제적인 행사가 있을 때면 캠페인을 하거나 단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예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긍정적이라기보다는 제한할 수 없다는 거죠. 크롭티, 핫팬츠, 미니스커트를 제한할 수 없는 것처럼요.

 

지난 6월,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로 해프닝이 하나 있었습니다.

래퍼 빅베이비가 상의를 탈의한 채로 운동을 하자 경찰 네 명이 출동했죠. 상의 탈의를 문제 삼은 것입니다.

빅베이비는 ‘이게 불법이냐’고 물었습니다. 불법은 당연히 아닙니다. 경찰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죠.

‘불법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있으니 주의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신원조회를 요구했습니다. 혐의나 문제의 소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요.

빅베이비는 불법이 아닌데 왜 주의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여기가 북한이냐고 항의했습니다.

‘이런 작은 부분까지 경찰이 개입해서 시키는 대로 한다면 우리의 자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요.

 

이렇게만 보면 중국이 한국보다도 더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도 그렇게까지 자유로운 나라는 아닙니다.

중국에 들어가자마자 외교부로부터 ‘반간첩법’에 유의하라는 문자까지 받았으니까요. 반간첩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보아하니 배는 깔 수 있지만, 당이나 국가 원수는 못 까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한국은 더 심합니다. 당을 칭찬하거나, 국가 원수를 칭찬하는 것도 어려우니까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주변에서 뭐라고들 하죠. 간첩보다 더 무서운 게 간섭입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요.

간섭은 특히나 탈모인들을 더 괴롭힙니다. 탈모샴푸를 써라, 검은콩을 먹어라, 약을 먹어라, 모발이식을 받아라. 이런 말은 의사 선생님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무 자격이 없는 사람도 쉽게 하죠.

 

몇 해 전, 모 국회의원은 가발을 벗고 호송되는 피의자를 향해 “차라리 다 밀고 와야지. 쯧.” 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국민의 표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이 정도 간섭은 그냥 해도 된다고 생각했겠죠.

머리를 까는 건 그 사람의 자유인데 말이에요. 그 국회의원의 글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피의자는 다음에 정말 머리를 밀고 왔습니다.

저는 반간첩법 대신 반간섭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간섭할 때마다 벌금을 매기고, 피해자에게는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거죠.

머리로 받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머니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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