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위대한 염소 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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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메릴 스트립을 고트goat라고 불렀습니다. “고트, 이거 좀 해주시겠어요? 고트, 이리로 와주세요.” 이렇게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메릴 스트립이 “그래, 이 늙은 염소가 어디로 갈지 말해줘.”하고 말했습니다. 뭔가 수상함을 느낀 제니퍼 로렌스는 고트가 “역대 최고(Greatest Of All Time)”라는 뜻인 걸 아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메릴 스트립의 눈이 동그래졌죠. 메릴 스트립에게 고트는 그저 염소였던 겁니다.
요즘은 은어나 신조어가 빈번하게 쓰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죠. 존경의 의미가 담겨있다면 다행이겠으나, 때로는 비하의 의미가 담겨있는데도 못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결이 살짝 다르기는 합니다만, 외국 여행을 하기 전에 그 나라의 욕을 미리 배워두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가 무시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모른 채 당하고 싶지 않아서요.
탈모인에게는 여러 가지 별명이 있습니다. 빡빡이나 문어 같은 건 이미 너무 익숙하죠. 하지만 새로운 별명들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모른 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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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야키
타코야키의 주재료는 문어입니다. 문어와 탈모인은 뗄레야 뗄 수 없죠. 게다가 타코야키는 생긴 것도 둥그스름해 꼭 머리통 같죠. 인터넷상에서 널리 쓰이는데 이런 의견도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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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이 없는 사람
‘모’나 ‘헤어’를 이용한 말장난에는 이미 익숙해지셨을 겁니다. ‘모’자람이 없는 사람,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같은 놀림이요. 이것도 말장난입니다. ‘수치심이 없는 사람’은 ‘숱이 심히 없는 사람’과 발음이 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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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투블럭
투블럭은 헤어스타일의 한 종류입니다. 앞머리와 윗머리는 남기고, 옆머리와 뒷머리를 짧게 자르는 스타일입니다. 머리가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고 해서 투블럭이라고 부르는 거죠.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탈모인은 머리가 자연스럽게 두 부분으로 나뉘고는 합니다. 앞머리와 윗머리는 빠지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남게 되죠. 그러다보니 투블럭의 반대라는 의미에서 리버스 투블럭 혹은 투블럭의 여집합 등으로 불립니다.
사람의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놀리는 행위는 당연히 옳지 않습니다. 탈모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분들은 탈모 때문이 아니라 이 사회의 시선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겁니다. 저는 탈모인들이 그 시선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합니다. 메릴 스트립은 까마득한 후배가 자기를 늙은 염소 취급한다고 여기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어쩌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역대 최고의 배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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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더 보기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 축구, 대머리팀 vs 풍성한 모발팀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