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탈모인을 위한 미래는 없다?
요즘 유튜브는 스케치 코미디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분에서 10분 정도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이 코미디는 짧은 시트콤 같아 보기가 편하죠. <너덜트>, <숏박스>, <킥서비스> 등의 채널들이 적게는 50만에서 많게는 20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중 <킥서비스>라는 채널에서는 10년 후의 미래를 코믹하게 다룹니다. 2033년에는 새로 생긴 8만원권 지폐에 유재석씨의 얼굴이 새겨져있고, 배달비가 계속 올라 43만원이 되어있고, 지금은 한번 접을 수 있는 갤럭시 제트 플립이 갤럭시 제트제트 플립플립플립플립이 되어 손톱만한 사이즈로 접히기까지 하죠.
(사진 출처 – 유튜브 ‘킥서비스’)
지난 5월 24일, 이 채널에서는 2033년의 탈모를 다뤘습니다. 탈모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미용실에 쳐들어가 머리카락을 훔치는 내용인데, 그 안에 등장하는 미래의 모습 몇 가지는 이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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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근 검사를 통해 탈모 진단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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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슐랭 레스토랑에서 발모에 좋은 음식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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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뱅킹이 아닌 모발 뱅킹이 있다.
저는 작가이자 탈모인으로 이번 에피소드가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탈모를 유머의 소재로 삼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저는 유머에 굉장히 관대해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니까요. 제가 안타까웠던 부분은… 탈모에 너무 무지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나오는 의사는 모근 검사 직후 탈모 1기라고 진단하며, 6개월 시한부를 선고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만해도 탈모 진단을 받은 지 10년째입니다. 하다못해 암 1기도 6개월 시한부를 받지 않습니다.
모슐랭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은 고작 검은콩과 검은깨가 들어간 요리입니다. 그것이 탈모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그런 요리는 지금도 팔고 있습니다. 차라리 미래에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가 첨가된 식음료가 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모발 뱅킹은 괴상하기도 합니다. 미리 건강한 모발을 채취하여 급속냉동 시킨 후 대머리가 되었을 때 꺼내쓴다고 하는데, 이건 현재의 모발이식보다도 퇴보된 개념입니다. 모발을 바로 옮기면 되는데, 왜 맡겨놨다가 시간을 두고 옮겨야 하나요? 게다가 일반적으로 보이기 위해 20만 모에서 30만 모를 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까지는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인의 평균적인 머리카락 숫자는 10만 모 정도니까요.
미용실에 쳐들어가 머리카락을 훔치는 상황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타인의 모발을 이식할 수 있다면 그리고 모낭과 상관없이 그냥 모발만으로 이식할 수 있다면, 탈모는 걱정거리도 안 됩니다.
윤동주 시인의 <병원>이라는 시에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렇듯 비탈모인도 탈모인의 병을 모를 수 있죠. 혹시나 앞으로 탈모 관련 작품을 만들 분들은 저한테 미리 물어보세요. 저는 머리카락은 없고, 시간은 많은 작가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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