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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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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7) 자라거나, 잘하거나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7) 자라거나, 잘하거나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자라거나, 잘하거나

 

*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요즘 서점에 가보면 이런 말이 과연 맞나 의심스러워집니다. 표지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띠지에 작가의 사진(대부분은 측면 사진입니다.)은 왜 넣는 걸까요? 예쁘고 잘 생긴 작가가 글을 더 잘 쓰는 것도 아닐 텐데요. 가끔은 제가 실물을 아는 작가들도 보이는데, 실물과 너무 달라서 놀랄 때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겉모습에 신경 쓰는 건 책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죠. 신장, 체중, 패션, 머리숱 등등. 온갖 부분에서 서로를 지적하고, 때로는 불이익이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외모가 중시되는 사회다보니 성형외과가 많은 거겠죠. 외모가 바뀌면 인생도 따라서 바뀔 거라 믿으니까요. 그런데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바뀔까요?

벨기에 루벤 대학병원 연구팀은 코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266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상태를 진단해봤습니다. 약 33%가 신체이형장애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신체이형장애는 외모에 결점이 없거나 그리 크지 않음에도 자신의 외모에 심각한 결점이 있다고 여기는 정신질환입니다. 그러니까 정말 고쳐야 할 것은 코가 아니라 정신이었던 거죠. 코만 세워준다고 인생이 바뀌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다음에는 눈을 하고 싶게 만들 뿐이죠. 인생은 성형외과 의사(醫師)가 바꿔주는 게 아니라 본인의 의사(意思)로 바뀌는 겁니다.

얼마 전, 차범근 감독님이 독일 생활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겉모습에는 눈코입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피부색도 포함되죠. 예전에는 지금보다 인종차별이 더 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가만히 생각에 잠기더니, “골 많이 넣어주니까 좋아하던데?”라고 대답했습니다.

 

 

유튜브 슛포러브 캡쳐

 

 

저는 이게 대머리에도 똑같이 통한다고 봅니다. 피카소, 마이클 조던,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이들은 모두 대머리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놀림 받지 않죠. 천재 화가, 농구의 신, 혁신의 아이콘, 세계 제일의 부자로 불릴 뿐입니다. 칭송을 받는 거죠. 머리숱은 그들의 명성에 어떠한 흠도 내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대머리에 대해 안 좋은 점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샴푸값이 들지 않는다는 그런 1차원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배리 대학교의 프랭크 무스카렐라 교수는 탈모가 남성에게만 발생한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에게 없는 것을 가질 때, 그 특성은 어떠한 신호로 작용합니다.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이나 수컷 사자의 풍성한 갈기는 암컷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죠.

그렇다면 대머리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까요? 2004년 무스카렐라 박사는 한가지 실험을 해봅니다. 탈모가 없는 가발, 탈모가 진행 중인 가발, 대머리 가발을 준비해 여섯 명의 남자에게 씌우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 사진을 101명의 여학생과 101명의 남학생에게 보여주고, 사진 속 남자의 매력과 성격적인 측면을 평가하도록 했죠.

탈모가 진행 중인 남자와 대머리인 남자는 탈모가 없는 남자보다 육체적인 매력이 덜하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그런 결과는 우리가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니까요.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습니다. 대머리인 남자들이 더 똑똑하고, 영향력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고, 정직하고,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나온 거죠.

어쩌면 우리는 이것을 오래전부터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스님들은 머리를 빡빡 밀었습니다. 대머리가 아닌데도 대머리를 모방하는 방식을 취한 거죠. 동양에서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카푸친 작은 형제회의 수도자들도 주변 머리만 남겨두고 가운데를 동그랗게 잘랐습니다. 마치 카푸치노처럼요.

 

 

카푸치노_스타벅스

 

 

실제로 이 머리 모양 때문에 카푸치노라는 명칭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습니다.

대머리로 유명한 주호민 작가님도 이런 트윗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주호민 작가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나 봅니다. 무스카렐라 교수는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따라서 대머리가 육체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더라도 일종의 비신체적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어떤 걸 가장 궁금해했을까요? 무스카렐라 교수의 머리숱이었습니다. 그분은 대머리가 아니었습니다. 만약 대머리였다면 더 똑똑하고, 영향력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고, 정직하고, 도움이 될 것처럼 보여 이론에 더 힘을 보탤 수 있었겠죠. 살짝 안타까운 일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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