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좀 보톡스: 탈모 치료에 있어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두 가지 물질이 있습니다. 엑소좀(exosome) 그리고 보톡스(Botox). (보톡스는 사실 상품명이어서 보툴리늄 톡신(Botulinum Toxin)이라고 해야 맞지만 보톡스가 훨씬 잘 알려진 이름이라 보톡스로 통칭하도록 하겠습니다.) 각각의 성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엑소좀 (EXOSOME)
1.1. 엑소좀 이란
엑소좀은 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30~150 나노미터(nm) 크기의 아주 작은 주머니인데, 이 주머니 안에 마이크로 RNA(miRNA), m RNA, 성장 인자(growth factors), 사이토카인(cytokines) 등이 들어 있습니다. 약 30년 전인 1983년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그때는 세포에서 노폐물을 배출하는 방법으로 알려졌었습니다. 최근 10년 전부터 엑소좀이 세포와 세포 간 정보를 전달하고 면역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밝혀지면서 급속도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을 메시지 운반체라고 보면 됩니다. 바로 붙어 있는 세포 뿐 아니라 먼 세포에도 신호를 보냅니다.
1.2. 탈모 치료에서 엑소좀의 기능
엑소좀의 탈모 치료 기전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 모발의 뿌리에 해당하는 모유두 세포(DPC, dermal papilla cell) 증식 유도
- 휴지기(telogen) 모발을 성장기(anagen)로 전환하는 것을 자극
- 안드로겐(남성호르몬)과 활성 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가 모유두 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방어
기존의 줄기세포 치료제보다 세포의 신호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안정성은 높은데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1.3. 학계에서 엑소좀 반응
2009년 이후로 엑소좀을 이용한 탈모 치료 연구 논문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발표들이 실험 위주의 논문이었다면 최근에는 임상 위주의 발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본은 수술적인 치료보다는 비수술적인 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서 그런지 국내보다 엑소좀을 이용한 탈모 치료에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보여왔고, 그래서 엑소좀 초창기 때 참고할 임상 사례들을 보고한 발표나 연구가 많았습니다.
2020년 세계모발이식학회(ISHRS, International Society of Hair Resotration Surgery)에서 모발이식 조직 생리학으로 유명한 의사 제리 쿨리(Jerry Cooley)가 스스로 본인의 머리카락에 엑소좀으로 치료한 결과를 발표하였고, 사우디 아라비아의 의사 샤디(Shadi Zari)는 우리 나라 엑소좀 제품을 사용한 결과를 발표하여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0년 세계 모발 이식 학회지를 통해서도 엑소좀에 대한 내용과 사례들을 소개하였고,
2021년 10월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 모발 이식 학회에서는 모발이식 교과서 저자로 유명한 의사 론 샤피로(Ron Shapiro)가 엑소좀 탈모 치료의 최근 발전 경향과 케이스들을 발표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엑소좀이 탈모 치료에 있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1.4. 엑소좀 치료 임상 실험 결과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제품들이 수없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을 실제 병원에서 치료에 적용할 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항상 자체적인 임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엑소좀 역시 동의를 받은 환자군 5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위 사진의 환자 분은 유전성 남성형 탈모(androgenic alopecia)로 진단하였고, 다른 치료 없이 엑소좀 3회 치료 후 사진입니다(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미녹시딜과 같은 탈모약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부위인데, 가마와 부근 방사형으로 모발의 개수와 굵기를 비교하면 차이가 납니다.
엑소좀 치료 전후 사진들입니다. 케이스마다 반응하는 정도는 달랐습니다. 전후 차이가 큰 사례도 있고, 크지 않은 사례도 있었으나 환자 스스로 차도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 보톡스(Botulinum Toxin)
2.1. 보톡스란
보톡스는 주름 개선 목적으로서 많이 사용해서 대중들에게 익숙한 제품입니다. 그 외에도 다한증이나 액취증 등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을 하기도 합니다.
2.2. 탈모 치료에서 보톡스의 기능
보톡스의 탈모 치료 기전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 저산소 환경에서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탈모 유발 물질인 DHT(dihydrotestosterone;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많이 전환되는데, 두피의 근육 긴장을 보톡스로 풀어주면 혈류가 개선되어 고산소 환경이 되고, 이는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전환되기보다 에스트라디올(estradiol)이라는 성분으로 전환됨.
- 모유두에 작용헤서 모발의 성장을 저해하는 TGF-beta1(베타원)의 생성을 줄여줌.
2번 가설이 최근에는 좀 더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2.3. 학계에서 보톡스 반응
보톡스가 탈모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는 그 동안 학계 및 언론에서 간간히 들려왔습니다. 논문을 검색해보면 2000년 정도부터 지금까지 약 36개의 논문들이 보입니다. 뉴스도 가끔씩 나왔었죠. 저 뉴스만 봐도 2009년도 소식입니다.
원형탈모(alopecia areata), 두통으로 인한 탈모, 속눈썹탈모증 등에서의 사용은 꽤 알려져 있었으나, 유전성 탈모에서의 보툴리늄 톡신의 적용은 2010년에 성형외과학회지(PRS)에 프로인드 등이 보고한 연구가 첫 사례로 보입니다. 40명을 대상으로 6개월 간격, 150U(0.1 ml 당 5U)씩 2차례 시행하였습니다. 75%에서 반응이 있었고, 일부는 18% 이상 개선되는 수치를 보였습니다. 위 사진이 사례 중 한 분입니다. 저자들은 저산소 환경에서 testosterone이 DHT로 많이 전환되고, 고산소 환경에서는 estradiol로 전환되는데, 두피의 근육이 긴장되어 있는 것을 풀어주면 혈류가 개선되어 산소 공급이 증가하여 DHT를 줄여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두번째 연구(2016년)는 여성 15명, 남성 5명에서 모낭주사 성분 등에 보툴리늄 톡신을 섞어서 치료를 하였는데 모든 환자에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모발 굵기 뿐 아니라, 수분, 강도, 밝기 등도 비교했네요.
세 번째 논문(2018년)은 10명 남성에서 30sites 5U씩 총 150U을 주사하였으며, 6개월 뒤 평가에서 8명(80%)의 환자에서 개선을 보였고, 7명(70%)의 환자가 스스로 상태가 좋아진 것을 느꼈습니다.
네 번째 연구(2018년) 24명을 대상으로 50 U를 30sites에 주사하고 3개월과 6개월 후에 결과를 확인하였습니다. 3개월 째 9명(37%)이 모발 수가 늘었으며, 19명에서 피지 분비가 감소하였습니다. 피지 분비 감소 효과는 주사 후 3개월 때가 최고치였습니다. 6개월 후 결과는 11명(45%)에서 10% 이상의 모발 증가를 보였으며, 8명(33%)은 약간 증가, 5명(20%)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피지 분비는 19명에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다섯 번째 연구(2020년)는 63명에게 100 유니트(30군데 주사)씩 3개월 간격으로 4차례, 총 1년간 치료를 시행한 결과에 대한 것입니다. 이 연구는 보톡스 단독 치료한 군과, 보톡스와 탈모치료약 피나스테리드(프로페시아)를 같이 치료한 군의 연구 결과를 비교하였습니다. 단독 치료 군이 73.3%의 치료 반응률을 보인데 반해, 보톡스+피나스테리드 치료군은 84.8%의 치료 반응을 보였습니다. (통계적인 의미는 없는 차이였습니다.) 앞머리와 옆 머리에도 효과를 보였으며 1개월 만에도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확산성 탈모 타입에서는 효과가 적게 나타났고, 여성 탈모에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비듬, 가려움증, 피지 분비가 많이 줄어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론적인 탈모 치료 방법일 뿐 임상에서는 큰 의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관심을 크게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새로운 탈모 제품에 대한 이런 연구들은 사실 너무 많으니까요. 그런데 2019년에 단국대 박병철 교수님의 논문을 접하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해당 연구를 보면, 기존 연구와는 다르게 TGF 베타라는 탈모 유발 물질을 줄이는 기전으로 가설을 세웠으며, 직접 연구 결과에 대해서 질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처음엔 연구 내용 뿐이었는데 2년 이상 임상경험과 데이터가 쌓이면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의 효과가 더 기대된다.” 는 답변을 듣고 임상에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이 실험을 지원한 국내 제약회사와 임상 연구를 진행해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2.4. 보톡스 단독 치료 시 임상 실험 결과
탈모 약을 복용하지 않거나, 탈모 약을 복용했더라도 중단한 지 수 년 이상 지난 환자 분들을 대상으로 보톡스로 치료를 해보았습니다. 실제 효과가 있는지 한 달에 한 번 치료하면서 매번 사진을 찍어 상태를 비교하였습니다.
위 사진은 제 지인 의사 선생님입니다. 모 대학의 비뇨기과 교수님이신데, 아이러니하게 탈모약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피나스테리드 및 두타스테리드와 같은 약을 복용하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실험을 한다는 이야기에 기꺼이 참여해주셨습니다. 2회 만에 사진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 찍은 사진에서는 크게 변화를 못느끼실 수도 있지만, 아래 확대 사진을 보시면 가르마 근처 모발 굵기와 촘촘함의 정도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위 사진은 모두 유전성 남성형 탈모에서 보톡스 단독 치료를 실험하신 분들의 사진입니다.
남성 탈모 뿐 아니라 여성 탈모(female patterned hair loss) 유형에서도 적용하여 테스트해 본 결과 반응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성 탈모는 그래도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와 같은 경구약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비해서, 여성 탈모는 미녹시딜 외에 쓸 만한 약이 많지 않고, 미녹시딜도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보톡스가 좋은 치료 결과를 보여서 차세대 치료제로서 적절하게 쓰면 매우 유용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는 잔머리를 회복시키는데도 보톡스가 효과를 보였습니다. ‘애교 잔머리‘라고 불리는 잔털은 나이가 들면서 노화의 프로세스에 의해 점점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회복시키면 어려보이는 효과가 있고, M자를 가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남성 탈모의 M자의 복원은 약물이나 치료로 힘들다고 알려져 있는데, 보톡스로 약간 회복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100% 회복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잔머리카락이 나면서 M자 부분이 약간 채워졌습니다.
3. 결론
엑소좀과 보톡스는 3세대 탈모 치료 성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1세대 영양분을 이용한 메조테라피, 2세대 성장인자를 이용한 메조테라피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간의 메조테라피, 모낭 주사보다 훨씬 반응률이 높고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실제 환자분들의 만족도 설문 조사 및 의사들의 사진 자료 비교 평가한 데이터를 보면 70~80%가 넘는 수에서 차도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 데이터는 조만간 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엑소좀, 보톡스, 성장인자 등의 배율 및 치료 간격 등을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환자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하기가 어려워서 장기간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좀 더 오랜 연구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나온 데이터만으로도 기존의 치료법보다는 체감하는 효과가 큽니다.
엑스톡스(EXOTOX)라는 이름으로 복합 치료를 한 임상 결과들 사진입니다. 한 가지 치료를 할 때보다 좀 더 좋은 임상 결과들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치료법입니다.
모낭 주사 및 메조테라피 후 저준위 레이저(LLLT; low leve laser therapy)나 자기장 치료 등을 더해주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준위 레이저 단독 치료는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지만, 이렇게 모낭 주사, 경구 치료약 등과 병합 시에 효과가 증대된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모낭 주사 후 활성화를 도울 수 있는 LLLT 치료를 같이 받으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국내 학회 뿐 아니라 세계 모발이식 학회 등에서도 계속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결과들이 나오는 대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