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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4) 우주신의 탈모 해결책은?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우주신의 탈모 해결책은?

 

빵상 아줌마(본명 황선자)를 아시나요? 2007년 tvN <리얼스토리 묘>라는 프로그램에 채널러(외계인의 말을 지구의 말로 변환해 주는 사람)로 출연하여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은 분입니다.

 

(사진 출처 – tvN)

 

이 분은 평범한 외계인의 언어가 아니라 우주 창조신의 언어를 전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말이 “빵상, 깨라까랑”이었습니다.

한국의 말로 번역을 하자면, “인간들아, 무엇이 알고 싶으냐?”였죠. 그 말에서 따와 빵상 아줌마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그 후로 놀라운 점이 몇 가지 발견되었습니다.

무의미하게만 여겨졌던 “빵상”이란 단어가 다른 나라에서는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의 빵상(帮上)은 “잇대다. 덧붙이다.”라는 뜻입니다. 프랑스에서의 빵상(pensant)은 “생각하는, 사고력이 있는”이라는 뜻입니다.

종합해 보면 빵상 아줌마는 “우주신과 지상을 이어주는, 사고력이 있는 사람”이 되겠네요.

 

이 밖에도 메르스 사태, 동일본 대지진 등을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기 치료를 하고 계십니다.

이 분에게 탈모 치료를 받으면 어떨까요? MBC 웹 예능 유튜브 채널인 M드로메다의 <니毛를 찾아서>에서는 실제로 찾아가 봤습니다.

만나자마자 투시 능력을 통해 위장 속을 들여다본다고 하시더군요.

노란색이 보인다고, 혹시 계란이나 단무지를 먹지 않았냐고 출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정말이지 출연자는 전날 계란찜을 먹은 상태였습니다.

놀라움을 뒤로 한 채, 탈모 치료에 대한 질문을 꺼냈습니다. 지금껏 자신 있는 모습만 보여왔던 빵상 아줌마는 처음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이마가 예쁘다, 이 탈모는 예쁜 탈모라서 괜찮다, 빨리 장가를 가라… 빵상 아줌마는 탈모 치료를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우주신의 언어를 전달해 줬죠.

“키라꼬. 썌쪼꼬와. 찡깡.” 한국말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인간들아, 탈모에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탈모 치료를 원하신다면 우주신을 찾기보다는 병원을 찾는 게 더 나아 보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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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까고 다닐 권리를 보장하라!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습니다. 역사적 공간인 대한민국 임시 정부 청사, 랜드마크인 동방명주, 중국을 대표하는 정원인 예원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죠.

그래도 제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방예’입니다.

방예는 남자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돌아다니는 풍습을 가리킵니다. 완전히 벗지 않고 배만 까고 돌아다니기도 하죠.

서양에서는 이 모습이 비키니와 비슷하다고 해서 ‘베이징 비키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베이징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볼 수 있기는 하지만요.

 

 

안타깝게도 저는 상하이에서 방예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 문화가 사라져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하이는 제주도보다도 훨씬 더 남쪽에 있지만, 그래도 10월은 날이 선선했거든요. 벗기에는 추운 날씨였습니다.

방예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요. 도시미관을 해치는 비문명적 행위라는 거죠.

올림픽이나 엑스포 같은 국제적인 행사가 있을 때면 캠페인을 하거나 단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예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긍정적이라기보다는 제한할 수 없다는 거죠. 크롭티, 핫팬츠, 미니스커트를 제한할 수 없는 것처럼요.

 

지난 6월,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로 해프닝이 하나 있었습니다.

래퍼 빅베이비가 상의를 탈의한 채로 운동을 하자 경찰 네 명이 출동했죠. 상의 탈의를 문제 삼은 것입니다.

빅베이비는 ‘이게 불법이냐’고 물었습니다. 불법은 당연히 아닙니다. 경찰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죠.

‘불법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있으니 주의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신원조회를 요구했습니다. 혐의나 문제의 소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요.

빅베이비는 불법이 아닌데 왜 주의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여기가 북한이냐고 항의했습니다.

‘이런 작은 부분까지 경찰이 개입해서 시키는 대로 한다면 우리의 자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요.

 

이렇게만 보면 중국이 한국보다도 더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도 그렇게까지 자유로운 나라는 아닙니다.

중국에 들어가자마자 외교부로부터 ‘반간첩법’에 유의하라는 문자까지 받았으니까요. 반간첩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보아하니 배는 깔 수 있지만, 당이나 국가 원수는 못 까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한국은 더 심합니다. 당을 칭찬하거나, 국가 원수를 칭찬하는 것도 어려우니까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주변에서 뭐라고들 하죠. 간첩보다 더 무서운 게 간섭입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요.

간섭은 특히나 탈모인들을 더 괴롭힙니다. 탈모샴푸를 써라, 검은콩을 먹어라, 약을 먹어라, 모발이식을 받아라. 이런 말은 의사 선생님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무 자격이 없는 사람도 쉽게 하죠.

 

몇 해 전, 모 국회의원은 가발을 벗고 호송되는 피의자를 향해 “차라리 다 밀고 와야지. 쯧.” 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국민의 표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이 정도 간섭은 그냥 해도 된다고 생각했겠죠.

머리를 까는 건 그 사람의 자유인데 말이에요. 그 국회의원의 글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피의자는 다음에 정말 머리를 밀고 왔습니다.

저는 반간첩법 대신 반간섭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간섭할 때마다 벌금을 매기고, 피해자에게는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거죠.

머리로 받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머니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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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마스크걸> 안재홍, 은퇴설의 진실은?

 

8월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마스크걸>은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습니다.

넷플릭스 TV 부문(비영어권) 주간 시청수 1위에도 올랐으니까요.

그런데 그 인기와 어울리지 않는 기사 제목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배우 안재홍씨가 주오남 역으로 열연을 펼쳐 은퇴설이 제기됐다네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연기를 너무 못해서 은퇴 얘기가 나온 게 아니라 열연으로 은퇴 얘기가 나왔다니까요? 처음에 저는 주오남의 행적 때문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안재홍씨는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멜로가 체질>의 ‘손범수’ 등 귀엽고 정감 가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습니다.

그런데 주오남은 살인과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지르죠. 캐릭터의 악행이 배우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이성재씨는 <미술관 옆 동물원>,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등에 출연하며 한창 잘나가던 시기 <공공의 적>을 만나게 됩니다.

사이코 패륜아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하며 영화 자체는 흥행했지만, 배우 이미지에는 타격을 입었죠. CF가 다 끊겼습니다.

그 후의 필모그래피도 예전 같지 않았고요. 안재홍씨도 그와 같은 일을 겪는 건가 싶었습니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그래서 찾아보니 행적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주오남이란 캐릭터의 외모 때문이었죠. 비만에 탈모거든요.

안재홍씨는 10kg 정도 증량을 하고, 머리숱이 적어 보이려고 가발을 썼다고 합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살인과 강간보다도 비만과 탈모가 배우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준다고요?

저는 다른 분들보다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주오남보다 살은 덜 빠지고, 머리카락은 더 빠졌거든요.

 

인정하기 싫다고 해도 비만과 탈모는 호감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비만과 탈모 또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네요?

일본의 도쿄의과치과대 연구팀은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생쥐와 표준 식단을 섭취한 생쥐를 비교해봤습니다.

고지방 식단을 식단을 섭취한 뚱뚱한 생쥐는 줄기세포가 감소하고, 모낭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특히나 늙은 쥐들에게 그런 현상이 더 뚜렷했다고요.

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살부터 빼야겠습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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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2) 민주주의는 대머리의 적인가?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민주주의는 대머리의 적인가?

 

2023년 6월,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에 있던 병사를 돌려 모스크바로 진군합니다.

쿠데타는 얼마 못 가 실패하였는데, 몇몇 사람들은 실패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았습니다. 바로 그가 대머리이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거죠.

 

(사진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Bald%E2%80%93hairy)

 

러시아는 200여 년 동안 대머리와 비대머리가 번갈아가며 국가원수를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대머리인 푸틴이 집권하고 있는데, 이어서 대머리인 프리고진이 집권할 수 없다는 거였죠.

사람들은 이 우연에 놀라워했지만, 더 놀라워해야 할 우연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이젠하워(1953~1961) 대통령 이후 단 한명의 대머리도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습니다.

무려 11명 연속으로요. 러시아와 미국의 탈모 비율이 유의미하게 다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두 나라 모두 성인 남성 기준 약 40% 정도가 탈모니까요.

그저 우연히 11명 연속으로 비대머리가 당선될 확률은 0.6의 11제곱, 그러니까 0.36279706%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민주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민주화 이후 대머리 대통령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자 대통령은 나왔지만요.

혹시 민주주의는 대머리의 적인 게 아닐까요? 챗GPT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1. 지난 60년 동안 미국에서는 대머리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대머리의 적인가?
  2. 아니요, 민주주의는 대머리와 무관한 정치적 체제입니다. 대머리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 후보자나 대통령들의 외모나 특징과 관련된 우연의 일치나 경향일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은 다양한 외모와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대통령으로서의 역량과 정책 등이 더 중요한 요소로 간주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표하는 체제로, 국가의 행정부와 입법부가 국민의 선택을 통해 형성되고 정책이 결정됩니다.

이와는 관련없이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다양한 인물이 대통령이나 정치적 리더로 등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모나 특징과는 무관하게 역량과 정책이 정치적 성패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글쎄요? 저는 챗GPT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외모나 특징과는 무관하다는데, 조지 오웰이 쓴 <동물농장>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민주주의는 대머리와 무관한 정치적 체제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무관하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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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1) 하인즈는 왜 잉크를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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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1) 하인즈는 왜 잉크를 만들었을까?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하인즈는 왜 잉크를 만들었을까?

 

하인즈는 매년 140여 개국에서 6억 5000만 개 이상의 케첩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시장점유율도 미국에서 60%, 유럽에서 8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죠. AI에게 케첩을 그려보라고 해도 하인즈의 케첩이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오뚜기 ‘케첩’에 밀려 그다지 힘을 못 쓰고 있기는 하지만요.

이 하인즈에서 잉크를 만들었습니다. 문신용 빨간 잉크를요. 식품회사에서 잉크는 왜 만든 걸까요? 하인즈는 탄탄한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케첩을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몸에 새기기도 하죠. <Shape of you>라는 노래로 유명한 에드 시런의 팔뚝에도 하인즈 케첩이 새겨져 있습니다.

 

(실제 에드 시런의 문신)

 

케첩을 그리려면 필수적으로 빨간 잉크가 필요한데, 문제는 이 빨간 잉크가 알레르기 반응과 각종 부작용으로 악명이 높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하인즈가 나서서 인체에 무해한 새로운 빨간 잉크를 개발한 거죠. 많은 사람이 하인즈 케첩 문신을 새기는데, 하인즈 케첩에는 원래 엄선된 재료만 들어간다고요.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무료로 해주는 모델들을 위한 복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두피문신 시술 깊이)

 

이제 문신은 탈모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두피문신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일반적인 문신은 진피층 하부까지 잉크가 들어갑니다. 색소가 주위로 퍼져 크기나 색상이 변하기 쉽죠. 잉크의 성분 일부가 림프절 등 주위 조직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SMP는 진피층 상부까지만 잉크가 들어갑니다. 모낭은 4-5mm 깊이에 있는데, 잉크가 1-2mm까지만 들어가니 모낭에 손상을 주지도 않게 되죠.

케첩과 달리 탈모는 그다지 새콤달콤하지 않습니다. 케첩 문신을 새길 때보다 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죠.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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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0) 탈모인을 위한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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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0) 탈모인을 위한 미래는 없다?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탈모인을 위한 미래는 없다?

 

요즘 유튜브는 스케치 코미디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분에서 10분 정도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이 코미디는 짧은 시트콤 같아 보기가 편하죠. <너덜트>, <숏박스>, <킥서비스> 등의 채널들이 적게는 50만에서 많게는 20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중 <킥서비스>라는 채널에서는 10년 후의 미래를 코믹하게 다룹니다. 2033년에는 새로 생긴 8만원권 지폐에 유재석씨의 얼굴이 새겨져있고, 배달비가 계속 올라 43만원이 되어있고, 지금은 한번 접을 수 있는 갤럭시 제트 플립이 갤럭시 제트제트 플립플립플립플립이 되어 손톱만한 사이즈로 접히기까지 하죠.

 

(사진 출처 – 유튜브 ‘킥서비스’)

 

지난 5월 24일, 이 채널에서는 2033년의 탈모를 다뤘습니다. 탈모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미용실에 쳐들어가 머리카락을 훔치는 내용인데, 그 안에 등장하는 미래의 모습 몇 가지는 이러합니다.

 

  1. 모근 검사를 통해 탈모 진단을 받는다.
  2. 모슐랭 레스토랑에서 발모에 좋은 음식을 판다.
  3. 모바일 뱅킹이 아닌 모발 뱅킹이 있다.

 

저는 작가이자 탈모인으로 이번 에피소드가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탈모를 유머의 소재로 삼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저는 유머에 굉장히 관대해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니까요. 제가 안타까웠던 부분은… 탈모에 너무 무지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나오는 의사는 모근 검사 직후 탈모 1기라고 진단하며, 6개월 시한부를 선고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만해도 탈모 진단을 받은 지 10년째입니다. 하다못해 암 1기도 6개월 시한부를 받지 않습니다.

모슐랭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은 고작 검은콩과 검은깨가 들어간 요리입니다. 그것이 탈모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그런 요리는 지금도 팔고 있습니다. 차라리 미래에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가 첨가된 식음료가 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모발 뱅킹은 괴상하기도 합니다. 미리 건강한 모발을 채취하여 급속냉동 시킨 후 대머리가 되었을 때 꺼내쓴다고 하는데, 이건 현재의 모발이식보다도 퇴보된 개념입니다. 모발을 바로 옮기면 되는데, 왜 맡겨놨다가 시간을 두고 옮겨야 하나요? 게다가 일반적으로 보이기 위해 20만 모에서 30만 모를 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까지는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인의 평균적인 머리카락 숫자는 10만 모 정도니까요.

미용실에 쳐들어가 머리카락을 훔치는 상황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타인의 모발을 이식할 수 있다면 그리고 모낭과 상관없이 그냥 모발만으로 이식할 수 있다면, 탈모는 걱정거리도 안 됩니다.

윤동주 시인의 <병원>이라는 시에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렇듯 비탈모인도 탈모인의 병을 모를 수 있죠. 혹시나 앞으로 탈모 관련 작품을 만들 분들은 저한테 미리 물어보세요. 저는 머리카락은 없고, 시간은 많은 작가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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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대머리가 매력인 시대가 올 수 있을까?

 

*

저는 탈모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시류에 편승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지금 시대는 탈모인을 결코 아름답게 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최근에도 모두가 다 알만한 변화가 있었죠. 바로 마스크입니다. 감염취약시설과 의료기관 등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감염을 우려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미세먼지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2021년 2월, 영국 카디프 대학의 연구진은 마스크 착용자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천 마스크를 쓴 사람, 파란색 덴탈 마스크를 쓴 사람, 책으로 얼굴 하부를 가린 사람의 사진을 보여준 뒤 매력도를 평가하게 한 거죠.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책으로 얼굴 하부를 가린 사람보다 마스크를 쓴 사람의 매력도가 더 높았습니다. 똑같은 마스크여도 덴탈 마스크를 쓴 사람의 매력도가 더 높았고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요? 연구를 주도한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 박사는 과장을 일삼는 뇌의 작동원리가 이유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얼굴의 가려진 부분을 뇌가 자기 멋대로 멋있게 채우면서 전체를 과대평가하게 된다는 거죠. 의료용 마스크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의료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고요.

 

 

어느 쪽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시나요?

 

사실 코로나 이전의 마스크 착용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병이 없거나 병의 흔적이 없는 파트너를 선호합니다. 마스크는 병을 떠올리게 하므로 부정적으로 보였는데, 이제는 그런 인식이 사라진 겁니다. 마스크 착용은 오히려 질병을 잘 예방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렇다면 대머리 역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까요? 세계 곳곳에 ‘모로나’라는 질병이 창궐하는데, 그 병은 신기하게도 머리카락을 통해서 전염된다고 가정해봅시다. 전염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마스크 착용 대신 삭발을 해야겠죠? 그렇게 몇 년이 지난다면 대머리도 하나의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또다시 커다란 전염병이 돌기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어떤 병을 옮기지 않는데도 모자나 가발로 머리를 가리고 다녀야 하는 탈모인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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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머리, 다른 느낌?

 

*

 

 

남자는 머리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반대로 머리가 얼굴빨이라는 말도 있죠. 같은 헤어스타일을 해도 얼굴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올 때도 있으니까요. 마치 이 둘처럼요.

 

 

 

정우성 투블럭 헤어스타일김정은 투블럭 헤어스타일

조각과 산산조각이라는 표현도 하더군요. 그래도 헤어스타일만큼은 비슷합니다. 앞머리와 윗머리는 남기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짧게 치는 스타일입니다. 이 스타일을 부르는 이름은 남과 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투블럭이라고 하죠. 머리카락이 두 부위로 나뉜다고 해서요. 북한에서는 ‘패기머리’라고 합니다. 패기(覇氣)가 있어보인다고요.
이런 스타일을 하는 이유 역시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멋을 위해서죠. 옆머리가 붕 뜨면 지저분해 보이는데, 아예 짧게 밀어 깔끔해 보이려는 거죠. 북한에서는 조금 더 거창한 이유가 있습니다. 노동신문에서는 “건전한 사상의식과 높은 문화적 소양, 고상한 품성을 가진 사람일수록 머리단장을 고상하게 한다”며 “머리단장 하나를 해도 민족적 정서와 시대의 요구에 맞게 잘함으로써 우리 인민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풍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남자들이 머리를 보기 좋게, 짧게 깎고 다니면 고상하고 단정한 패기와 정열이 넘쳐 보이며 혁명하고 투쟁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 인민들의 고상한 정신세계를 엿보게 할 수 있다”고도 했죠.
투블럭은 모발이식 수술을 할 때 의사들의 주의를 더 요구합니다. 보통 뒷머리에서 머리카락을 채취하는데, 공여부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거죠. 절개했을 때는 흉터가, 비절개를 하더라도 떨어지는 밀도가 더 눈에 띄게 됩니다. 수준 높은 의사라면 괜찮겠으나, 북한에 이런 의사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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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7) 자라거나, 잘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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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7) 자라거나, 잘하거나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자라거나, 잘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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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요즘 서점에 가보면 이런 말이 과연 맞나 의심스러워집니다. 표지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띠지에 작가의 사진(대부분은 측면 사진입니다.)은 왜 넣는 걸까요? 예쁘고 잘 생긴 작가가 글을 더 잘 쓰는 것도 아닐 텐데요. 가끔은 제가 실물을 아는 작가들도 보이는데, 실물과 너무 달라서 놀랄 때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겉모습에 신경 쓰는 건 책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죠. 신장, 체중, 패션, 머리숱 등등. 온갖 부분에서 서로를 지적하고, 때로는 불이익이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외모가 중시되는 사회다보니 성형외과가 많은 거겠죠. 외모가 바뀌면 인생도 따라서 바뀔 거라 믿으니까요. 그런데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바뀔까요?

벨기에 루벤 대학병원 연구팀은 코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266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상태를 진단해봤습니다. 약 33%가 신체이형장애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신체이형장애는 외모에 결점이 없거나 그리 크지 않음에도 자신의 외모에 심각한 결점이 있다고 여기는 정신질환입니다. 그러니까 정말 고쳐야 할 것은 코가 아니라 정신이었던 거죠. 코만 세워준다고 인생이 바뀌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다음에는 눈을 하고 싶게 만들 뿐이죠. 인생은 성형외과 의사(醫師)가 바꿔주는 게 아니라 본인의 의사(意思)로 바뀌는 겁니다.

얼마 전, 차범근 감독님이 독일 생활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겉모습에는 눈코입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피부색도 포함되죠. 예전에는 지금보다 인종차별이 더 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가만히 생각에 잠기더니, “골 많이 넣어주니까 좋아하던데?”라고 대답했습니다.

 

 

유튜브 슛포러브 캡쳐

 

 

저는 이게 대머리에도 똑같이 통한다고 봅니다. 피카소, 마이클 조던,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이들은 모두 대머리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놀림 받지 않죠. 천재 화가, 농구의 신, 혁신의 아이콘, 세계 제일의 부자로 불릴 뿐입니다. 칭송을 받는 거죠. 머리숱은 그들의 명성에 어떠한 흠도 내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대머리에 대해 안 좋은 점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샴푸값이 들지 않는다는 그런 1차원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배리 대학교의 프랭크 무스카렐라 교수는 탈모가 남성에게만 발생한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에게 없는 것을 가질 때, 그 특성은 어떠한 신호로 작용합니다.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이나 수컷 사자의 풍성한 갈기는 암컷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죠.

그렇다면 대머리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까요? 2004년 무스카렐라 박사는 한가지 실험을 해봅니다. 탈모가 없는 가발, 탈모가 진행 중인 가발, 대머리 가발을 준비해 여섯 명의 남자에게 씌우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 사진을 101명의 여학생과 101명의 남학생에게 보여주고, 사진 속 남자의 매력과 성격적인 측면을 평가하도록 했죠.

탈모가 진행 중인 남자와 대머리인 남자는 탈모가 없는 남자보다 육체적인 매력이 덜하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그런 결과는 우리가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니까요.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습니다. 대머리인 남자들이 더 똑똑하고, 영향력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고, 정직하고,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나온 거죠.

어쩌면 우리는 이것을 오래전부터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스님들은 머리를 빡빡 밀었습니다. 대머리가 아닌데도 대머리를 모방하는 방식을 취한 거죠. 동양에서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카푸친 작은 형제회의 수도자들도 주변 머리만 남겨두고 가운데를 동그랗게 잘랐습니다. 마치 카푸치노처럼요.

 

 

카푸치노_스타벅스

 

 

실제로 이 머리 모양 때문에 카푸치노라는 명칭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습니다.

대머리로 유명한 주호민 작가님도 이런 트윗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주호민 작가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나 봅니다. 무스카렐라 교수는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따라서 대머리가 육체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더라도 일종의 비신체적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어떤 걸 가장 궁금해했을까요? 무스카렐라 교수의 머리숱이었습니다. 그분은 대머리가 아니었습니다. 만약 대머리였다면 더 똑똑하고, 영향력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고, 정직하고, 도움이 될 것처럼 보여 이론에 더 힘을 보탤 수 있었겠죠. 살짝 안타까운 일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더 보기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6) 침착맨, 기안84, 주호민, 황바울 let’s go!

 

침착맨, 기안84, 주호민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6) 침착맨, 기안84, 주호민, 황바울 let’s go!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침착맨, 기안84, 주호민, 황바울 let’s go!

 

침착맨, 기안84, 주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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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맨, 기안84, 주호민. 이분들은 모두 웹툰 작가이십니다. 그런데 요즘은 웹툰보다는 방송으로 더 유명하시죠. 침착맨 작가님은 유튜브 구독자가 200만이 훌쩍 넘고, 기안84 작가님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나 혼자 산다>에 고정 출연 중이고, 주호민 작가님은 2022년 대한민국에 재즈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분들에게는 다른 공통점도 하나 있습니다. 방송에서 직접 밝힌 탈모인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사진을 보면 모두가 “밝혀져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으니까요.
이런 차이는 당연히 대처에서 나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를 한 분은 기안84 작가님입니다.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까지 다 탈모였기에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미래를 예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작 열여덟살부터 대머리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탈모 치료에 좋다는 얘기가 있는 검은콩, 계피, 검은깨로 가루를 만들어 수시로 먹기도 했습니다. 스무살 때부터 탈모약을 먹고, 나중에는 모발이식을 받기도 했어요. 그 결과 지금은 탈모인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머리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침착맨 작가님은 조금 더 늦은 대처를 했습니다. 기안84 작가님과 예전에 동거를 하기도 했는데, 특제 가루를 먹어보고는 “이걸 먹느니 똥을 먹겠다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자신은 탈모가 와도 초연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는데… 타이슨이 이런 말을 했다죠.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맞기 전까지는.”
탈모도 타이슨의 펀치와 비슷합니다. 실제로 겪어보고 나면 기존의 생각들이 쓸모없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침착맨 작가님은 탈모를 받아들이는 대신 의사를 만나고 또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티가 나지 않죠.
주호민 작가님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의사 같은 전문가에게 문의하지 않고, 어머니께 물어봤거든요. “엄마”란 원래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잖아요? 그게 언제나 좋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객관적이지 못한 눈을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되니까요.

 

 

할머니가 보는 내 모습

 

 

주호민 작가님은 예비 탈모인들에게 “엄마를 믿으면 안 돼!”라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탈모임을 뒤늦게 인정하고 그냥 항복했거든요. 치료를 받는 대신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거죠.
웹툰을 그리지도 않고 방송에 출연하고 있지도 않지만, 저 역시 탈모인입니다. 저희 집안도 기안84 작가님의 집안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설날에도 쓰러질 날이 보였습니다. 친척 남자 어른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대머리였거든요. ‘빠짐없이’와 ‘대머리’라는 그 모순 속에서 괴로워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들이 제 어두운 미래를 보여줬습니다.
저는 미래를 알면서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순응을 하려고 했죠. 저는 침착맨 작가님과 다르게 탈모를 겪으면서도 초연했습니다. 주호민 작가님처럼 머리를 빡빡 밀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에게는 무조건 지지를 해주는 ‘엄마’ 같은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저보다도 더 호들갑을 떨어댔죠.
덕분에 치료를 받게 됐고, 이제는 새치가 나면 뽑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까지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탈모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할 것입니다. 다만, 우물쭈물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더 보기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5) 라떼의 탈모 이야기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5) 라떼의 탈모 이야기

글: 황바울     감수: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라떼의 탈모 이야기

 

*

 

MZ 세대, 다들 아시죠?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를 합쳐서 MZ라고 부른다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M : 머리 관리하기
Z : 좋은 세대

인류는 이 세대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탈모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전의 탈모 치료는 모두 야매이자 돌팔이였죠. ‘라떼’의 탈모 이야기는 끔찍하고, 더럽고,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재미있기도 하죠.

 

 

과거 탈모에 대한 인식은 어땠을까요?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제사장이 대머리가 되면 신의 저주를 받았다고 보고 참수했습니다. 머리카락이 떨어져 나가면 덩달아 머리까지 떨어져 나가는 셈이었죠.
성경에서도 탈모를 저주처럼 언급합니다. “두려움이 그들을 덮을 것이요 모든 얼굴에는 수치가 있고 모든 머리는 대머리가 될 것이며”(에스겔서 7:18), “모든 머리를 대머리가 되게 하며 독자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애통하듯 하게 하며”(아모스서 8:10)와 같은 표현이 나오죠.
이렇듯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으니 자연스럽게 탈모는 치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탈모 치료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1500년 전 이집트의 의학 문서인 에베르스 파피루스입니다. 고양이, 뱀, 악어, 하마, 사자 등의 기름을 섞어 머리에 바르라는 거였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환자가 처음 찾아왔을 때는 고양이를 잡아오라고 했을 겁니다. 잡아오면 그걸로 약을 지어주는 거죠. 그런데 효과가 없다고 따지면, 실수로 빼먹은 게 있다고 뱀을 또 잡아오라고 하는 겁니다. 뱀으로도 효과가 없다고 하면 악어를, 악어로도 효과가 없다고 하면 하마를, 하마로도 효과가 없다고 하면 사자를 잡아오라고 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환자들은 세종류로 나뉘게 됩니다. 효과를 본 사람, 말을 제대로 안 들어서 효과를 못 본 사람, 죽은 사람.

 

 

죽고 나서는 이런 괴수를 만나게 될 겁니다. 암무트. 사후 세계인 두아트를 지키는 괴수의 이름이죠. 악어의 머리, 사자의 상반신, 하마의 하반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악어와 사자와 하마의 기름이 필요하다고 했죠? 어쩌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라는 뜻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환관이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성생활을 할 수 있는 시기 전에는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호르몬에 대한 개념이 없었겠지만 뭔가를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방법은 특이했죠. 히포크라테스는 아편, 비둘기 똥, 고추 등을 섞어 약을 만들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염소 오줌을 머리에 바르라고 했죠. 효과가 있었을까요?

 

 

우선 히포크라테스는 대머리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글쎄요? 머리에 염소 오줌을 바르고 다닌다면 성생활을 할 수 있는 시기가 평생 안 오기야 하겠네요.
제대로 된 호르몬 연구는 1942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습니다. 히포크라테스로부터 2000년도 더 지난 시점이었죠. 예일대학교의 해부학 교수였던 제임스 해밀턴은 거세된 남성 104명을 모집했습니다. 사춘기 전에 거세된 사람, 사춘기 동안 거세된 사람, 사춘기 후에 거세한 사람이 섞여있었죠. 사춘기 전에 거세된 남성들은 성인 남자의 특징이 없었습니다. 수염이 없고, 성기가 발달하지 않고, 특히나 대머리가 없었죠.
해밀턴은 이들에게 남성 호르몬을 주사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수염이 자라고, 근육과 성기가 커지고, 가족 중 대머리가 있는 사람은 대머리가 됐죠. 그러니까 탈모가 있으려면 두가지가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남성 호르몬과 유전적 요소.

프로페시아라는 제품명으로 유명한 피나스테리드의 개발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1974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구에베도체스’라 불리는 아이들이 보고됩니다. 구에베도체스는 ‘12살의 성기’를 뜻하는 스페인어입니다. 여자아이인 줄 알고 키웠는데 사춘기가 되더니 남성의 생식기가 나온 거죠.
이들은 선천적으로 5알파 환원효소가 부족했습니다. 5알파 환원효소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바꿔주는데, 태아에게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성기가 제대로 자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태어났을 때는 여자아이로 오해를 받지만, 염색체는 분명 남자이기 때문에 성기가 뒤늦게 자라게 되는 거죠.
이 병을 앓은 사람들은 전립선이 작았습니다. 그리고 탈모도 없었죠. 머크사(MERCK社)는 여기에 주목해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약을 개발했습니다. 1992년에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고, 1997년에 탈모치료제로도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효능이 있는 두타스테리드는 2009년 한국 식약처에서 세계 최초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바르는 탈모치료제 미녹시딜도 1988년에야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사실 미녹시딜은 1950년대 궤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죠. 하지만 궤양 치료에는 효과가 없고, 혈관 확장에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혈압 치료제로 출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견됐어요. 뜬금없이 털이 나기 시작한 거죠.
이 부작용을 탈모 치료에 이용하면 어떨까 연구를 해서 나온 게 현재의 바르는 미녹시딜입니다. 놀랍게도 미녹시딜이 왜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혈관을 확장시켜 모낭에 산소와 영양소를 더 많이 공급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만 하는 거죠.

 

어느 한 세대를 두고 축복받은 세대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걱정과 고민이 없는 세대는 여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계속 없을 테니까요. 그래도 MZ 세대가 머리 관리하기 좋은 세대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아직도 병원을 찾지 않고, 속앓이만 하시는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거에만 머물지 말고, 이 시대를 누리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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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더보기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 위대한 염소 goat l 탈모인의 별명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탈모 갤러리 타코야끼_뉴헤어모발성형외과_inewhair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 위대한 염소 goat l 탈모인의 별명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위대한 염소 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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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메릴 스트립을 고트goat라고 불렀습니다. “고트, 이거 좀 해주시겠어요? 고트, 이리로 와주세요.” 이렇게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메릴 스트립이 “그래, 이 늙은 염소가 어디로 갈지 말해줘.”하고 말했습니다. 뭔가 수상함을 느낀 제니퍼 로렌스는 고트가 “역대 최고(Greatest Of All Time)”라는 뜻인 걸 아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메릴 스트립의 눈이 동그래졌죠. 메릴 스트립에게 고트는 그저 염소였던 겁니다.

요즘은 은어나 신조어가 빈번하게 쓰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죠. 존경의 의미가 담겨있다면 다행이겠으나, 때로는 비하의 의미가 담겨있는데도 못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결이 살짝 다르기는 합니다만, 외국 여행을 하기 전에 그 나라의 욕을 미리 배워두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가 무시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모른 채 당하고 싶지 않아서요.

탈모인에게는 여러 가지 별명이 있습니다. 빡빡이나 문어 같은 건 이미 너무 익숙하죠. 하지만 새로운 별명들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모른 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타코야키

 

타코야키의 주재료는 문어입니다. 문어와 탈모인은 뗄레야 뗄 수 없죠. 게다가 타코야키는 생긴 것도 둥그스름해 꼭 머리통 같죠. 인터넷상에서 널리 쓰이는데 이런 의견도 있기는 합니다.

탈모 갤러리 타코야끼_뉴헤어모발성형외과_inewhair

 

 

  1. 수치심이 없는 사람

 

‘모’나 ‘헤어’를 이용한 말장난에는 이미 익숙해지셨을 겁니다. ‘모’자람이 없는 사람,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같은 놀림이요. 이것도 말장난입니다. ‘수치심이 없는 사람’은 ‘숱이 심히 없는 사람’과 발음이 비슷하죠.

 

 

 

  1. 리버스 투블럭

 

투블럭은 헤어스타일의 한 종류입니다. 앞머리와 윗머리는 남기고, 옆머리와 뒷머리를 짧게 자르는 스타일입니다. 머리가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고 해서 투블럭이라고 부르는 거죠.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탈모인은 머리가 자연스럽게 두 부분으로 나뉘고는 합니다. 앞머리와 윗머리는 빠지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남게 되죠. 그러다보니 투블럭의 반대라는 의미에서 리버스 투블럭 혹은 투블럭의 여집합 등으로 불립니다.

리버스투블럭_뉴헤어모발성형외과_inewhair

사람의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놀리는 행위는 당연히 옳지 않습니다. 탈모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분들은 탈모 때문이 아니라 이 사회의 시선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겁니다. 저는 탈모인들이 그 시선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합니다. 메릴 스트립은 까마득한 후배가 자기를 늙은 염소 취급한다고 여기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어쩌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역대 최고의 배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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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